탱고 디제이를 떠나서 디제이는 밀롱가의 음악을 잘 조절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요즘 디제이들은 그냥 자기 틀고 싶은 음악을 틀고 싶어서 밀롱가를 오는 것 같아서 아쉽다. 탱고 디제이가 많아지고, 다양한 탱고 음악 스타일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도 생각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제 밀롱가의 탱고 디제이
평소라면 이 디제이가 음악을 트는 날이면 가지 않았을 밀롱가였다. 하지만, 굳이 춤을 많이 추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는 밀롱가가 아니어서 그냥 바쁜 주중에 쉬러 갔다.
그의 탱고 음악 선곡은 생각했던 만큼 딱 그 정도의 음악이 나왔다.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왜 친구의 음악을 내가 싫어하는지, 더 나아가 어떤 탱고 음악이 좋을 지도 생각해 보았다.
디제이의 선곡
내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것은 모르는데 맛 없는 것은 안다(매우 주관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밀롱가 음악도 비슷하다.
이 디제이가 싫은 이유는 별거 없다. 플레이하는 음악이 친숙하지 않아서다. 나에게만 친숙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는 친숙할까? 이 디제이를 쫓아다니는 땅게로스가 아니면 그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보통 선호하는 탱고음악은 유명한 탱고음악이지만, 플로워에서 춤을 추기 좋은 음악, 파트너와 교감을 하기 좋은 음악을 꼽는다. 그런데, 이 친구는 친숙하지 않은 탱고음악을 가지고 와서 딴다를 구성한다. 마치, 너희는 이런 음악을 들어보았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건 디제이 당신의 입장이고, 플로워에서 춤추는 많은 땅게로스를 생각해 보면 다를 수있다. 다수가 좋아하고 춤추기 좋은 음악을 좋아할지, 오타쿠 음악을 좋아할지는 명약하다. 간혹 디제이의 멋진 선곡으로 감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은 디제이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 80점 선곡과 플레이
보통 디제이들은 자신의 기본 리스트가 있다. 여기에 음악을 트는 밀롱가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리스트를 수정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춤추기 쉬운 잘 알려진 곡으로만 그냥 채워 놓는다고 해도 이 디제이는 밀롱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은 먹고 들어갈 것이다.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간혹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디제이인지 성의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연습실에 있던 음원과 리스트를 가져다가 별 노력 없이 그냥 밀롱가에서 그대로 틀어버리는 것 같은 경우도 본 적이 있다. 그래도 그냥 70~80점은 먹고 가는 것이다. 유명한 곡은 누구라도 틀 수 있고 춤 추기 좋아하니까. 아마도 뿌글리세, 다리엔소, 드살리에로만 반이상 채워도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기본값을 무시하고 자신의 음악으로만 채운다면 만족도가 높은 디제잉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디서나 성립하는 파레토 법칙처럼 80은 무난히 가고, 20에서 본인의 생각을 입히면 충분의 개인의 개성있는 선곡이라고 할 것이다.
좋은 탱고 음악 선곡
그럼 어떤 탱고 음악 선곡이 좋을까?
춤추러 왔으니, 당연히 춤 추기 좋은 음악 최선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누가"를 넣을 수 있는데, 플로워에 누가 춤을 추고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오늘 탱고를 추는 땅게로는 연령이 높은가? 낮은가? 초심자가 많은가? 경력자가 많은가? 등이 좋은 음악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선곡과 플레이가 디제이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짜놓은 리스트를 그냥 플레이만 시켜 놓으면 될 것을 굳이 디제이를 부를 필요가 있겠는가?
연세 드신 분들만 계신 밀롱가에 플로워를 비우는 빠른 밀롱가 음악, 미친 듯이 휘두르는 땅게로만 있는데 더 미쳐 날 뛰게 기름을 붓는 음악 등은 디제이의 역량으로 잘 조절해야 해야 하는 부분의 예이다.
또 하나 첨부하자면, 아무리 오르거나이저가 요청을 해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곡은 생략하는 뚝심도 필요하다고 분다.
불만스러운 탱고 디제이를 마치며
물론, 자신만의 음악을 트는 디제이들에게도 팬층은 있다. 대중적인 디제이가 될 것인지, 오타쿠 디제이가 될지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다. 요즘 밀롱가 공지에는 항상 디제이가 소개되어 나온다. 이 안내는 이 디제이가 싫은 사람 오지 말라는 안내이기보다는 이 디제이가 있으니 더 많은 땅게로스가 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본다. 분명 좋은 디제잉으로 많은 땅게로스를 몰고 다니는 디제이도 존재한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밀롱가를 가는데, 매번 같은 음악이 나와도 좋다. 같은 음악에 같은 땅게라와 춤을 춘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냥 추기 편한 곡이 선호될 뿐이다. 이상한 음악에 플로워에 나가기 꺼려지기보다는 편한 음악에 자주 플로워에 나가고 싶다.
P.s. 최악의 탱고 디제이
아.. 그리고, 최악의 디제이는 자기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춤추러 나오는 디제이이다. 본인의 밀롱가나 연습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디제이가 디제이석을 벗어나면 꼭 문제가 생긴다.